자랑스로운 한국계미국인 김용 총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된 김용
(미국명 짐 용 김) 다트머스 대학 총장은 의료봉사기관
'파트너스 인 헬스(PIH)'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PIH는
그가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시절 동료 폴 파머 교수와 함께
공동창업한 단체다.
역시 하버드 출신인 트레이시 키더가
쓴 베스트셀러 '산 넘어 산
(Mountains Beyond Mountains)'에는 PIH와 관련된 김 총장의
'기행'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보스턴의 브리검영 병원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가 약값을 무려 10만달러어치나
떼먹은 '사건'이다.
전말은 이랬다. 한 동양계 교수가 병원 약국을 찾아와 엄청난 양의 약을
주문했다. 교수는 신분증을 제시한 후 병원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직원을
안심시켰다. 브리검영은 하버드 의대의 실습병원이기도 했다.
그의 감언이설에 깜빡 속아넘어간 직원은 명함 한
장을 달랑 받고는 약을
그대로 내줬다. 다음날 보고를 받은 병원장은 담당 직원을 호되게 꾸짖고는
즉시 그 교수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미
그는 남미 페루로 줄행랑을 친 뒤였다.
약값을 몽땅 떼이게 된 병원장은 난감했다.
하버드 의대학장이 달려와 상황을 설명해줬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병원장은 그제서야 껄껄 웃었다. "로빈후드가 따로 없네요. 감동입니다.
" 약값 소동은 통 큰 병원장의 결단으로 없던 일이
됐다.
그 교수가 바로 김 총장이다. 이 해프닝이 널리 알려지자 김 총장은
하버드에서 '로빈후드'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부자들의 돈을 털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의적이다.
김 총장은 미국의 부자 병원에서 약을 빼앗다시피 해 페루의 빈민촌에서
인술을 펼쳤다. 그 덕분에 주민들은 결핵과 장티푸스 등 전염병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총장과 파머 교수는 동갑으로 함께
하버드 의대를 나왔다. 전공은 둘 다
의료인류학'이다. 의학을 현지문화와 생활습관에 접목시켜 효율성을 높이자는
새로운 학문이다. 복수전공이어서
김 총장은 의대입학 6년만에
의사자격증(MD)과 박사학위(Ph.D)를 취득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만든 PIH는
그러나 자본금과 인적지원이 거의 없어
사실상 무모했다. 돈을 벌기는커녕 쓰기만 하는 사업이어서 투자자가
나설리도 만무했다. 책 제목처럼 모든
것이 '산 넘어 산'이었다.
그래서 '약 도둑질'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은 두 사람은 아이티와 페루, 쿠바,
아프리카, 러시아에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현지 문화에 적합한 의료 모델을 만들어주고는 현지인들을
훈련시켜 관리 책임을 맡게 했다. PIH의
성공 스토리가 널리 알려지자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모델을 채택하기에 이르른다.
세계은행은 2차대전이 끝나기 1년 전
미국이 세계금융을 지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만든 기관이다. 그동안 '정치적 대출'을 일삼아
제3세계와 빈곤국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세계은행이 그의 취임을 계기로
'로빈후드'식 개혁이 일어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문화비평가이자 독설가로 필명을 떨쳤던 노벨상
수상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반면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이 자신에 맞춰
살라고 고집을 부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발전은 비이성적인 사람이 주도한다.
" 김 총장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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