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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풍수계의 전설 숙종과 갈처사 이야기

안장훈 2012. 3. 5. 13:20

 

  

풍수계의 전설같은 인물 갈처사(葛處士).

 


서오릉 숙종의 명릉
 

 

조선의 제19대 왕 숙종은 민정시찰을 자주 하였다.

어느날 수원성 지금의 수원천 부근을 지날 때이다.

그 날도 변복을하고는 시종 몇만 수행시키고

시찰을 나갔다가 개울가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허름한 시골 총각이 관 하나를 옆에 놔두고 슬피 울면서

땅을 파고 있었다. 상을 당해 묘를 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파는 족족 물이 스며 나오는 냇가에 묘자리를 파고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음을 직감한 상감이 시종을 시켜서 젊은이를 불렀다.

“여보게, 이렇게 물이 솟아나고 있는데 어찌 묘를 쓰려고 하는가.”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갈처사라는 노인이 찾아와 절더러 불쌍타 하면서

이리로 데려와 이 자리에 묘를 꼭 쓰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 분은 유명한 지관인데 저 언덕 오막살이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감이 버럭 화를 낸다.

"그런 못 된 늙은이가 있나, 저런 물구덩이에 어떻게 사람을 묻는단 말이냐?"

자세히 알아본 즉 젊은이는 땅한평 없는 알거지 였다.

숙종이 가만히 듣자하니 갈처사라는 지관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 일은 내가 보고 있을 터이니 이 서찰을 수원부로 가져가게.

수문장들이 성문을 가로 막거든 이 서찰을 보여주게.”

숙종은 궁리 끝에 지니고 다니던 지필묵을 꺼내어 몇 자 적어준 것이다.


"어명!

수원부사는 이 사람에게 당장 쌀 삼백 가마를 하사하고,

좋은 터를 정해서 묘를 쓸 수 있도록 급히 조치하라. "

관청은 왕의 서찰을 받고 발칵 뒤집혔다.

어명대로 쌀 3백석을 주고 명당도 마련해 주었다.

"아 상감마마, 그 분이 상감마마였다니!”

그 젊은이는 하늘이 노래졌다.


숙종은 그 젊은이의 딱한 사정을 따지기 위해 허름한 오두막집을 찾았다.

"풍수사 계시오!"

숙종이 여러차례 불렀다.

대답이 없어 안을 들여다보니 노인이 움막 속 산신단에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 초로의 노인이 움막에서 내다봤다.

"물나는 자리에 청년에게 묘자리를 잡아주는 법이 어디 있소!"

숙종이 따져 물었다.

"선비란 양반이 개 코도 모르면서 참견이야.

당신이 그 땅이 얼마나 좋은 명당터인 줄 알기나 해.

이 양반아!

그 자리는 시체가 들어가기도 전에 쌀 삼백 가마를 받고 명당으로 들어가는 땅이야"

웬 싱거운 사람 다 보겠다는 듯 그 노인은 큰소리를 첬다.

숙종은 움막에 오기 전에 서찰로 청년에게 쌀 삼백석을 하사한지라

이 노인이 법상치 않음을 알고는 재차 물었다.

‘그렇게 지리를 잘 아는 것 같으면, 저 아래 좋은 집에 살지 않고

어찌하여 이 산 능선 낡은 움막에서 거처하시오"

이에 대한 노인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이 양반이 아무것도 모르면 가만있을 것이지 귀찮게 떠들기만 하네.

저 아래 것들은 남 속이고 도둑질이나 해 가지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 가져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그래도 여기는 바로 임금이 찾아올 어림지지(御臨之地)라네.

지금 비록 초라하지만 나랏님이 찾아올 명당이란 말일세.”

"그러면 그날이 언제요!"

숙종이 또 물었다.


“잠시 기다려 보오. 내가 재작년에 이 집을 지을 때에 날 받아놓은 것이 있는데.”

방 귀퉁이 보자기를 풀어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먼지를 털면서 들여다보더니

그 노인은 그만 대경실색을 한다.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에 나가 큰 절을 올리는 것이었다.

종이에 적힌 시간이 바로 지금 이 시간이었다. 임금을 알아본 것이다.

‘전하, 절 받으시옵소서’

그 노인이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죽은 뒤에 묻힐 자리 하나 잡아주지 않겠오.”

“대왕님의 덕이 높으신데 제가 신하로서 자리 잡아 드리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옵니다.

어느 분의 하명이신데 거역하겠사옵니까.”

노인이 잡아준 숙종의 왕릉이 지금 서울의 서북쪽의 서오릉에 자리한 명릉이다.

그후 숙종은 그 노인에게 삼천냥을 하사했으나,

노자로 삼십냥만 받아들고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갔다는 이야기다.

이 노인이 풍수계의 전설인 갈처사(葛處士)이다.

 
명상음악  -  인연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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